기사입력 2019.06.11.

 

 
화살표를 따라 한일 WTO 무역분쟁을 살펴보세요.

4월 26일(현지시간) WTO 분쟁해결기구는 전 회원국이 참석하는 정례회의에서 일본 원전사고에 따른 한국 정부의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행(SPS)'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확정했다.

이번 채택에 따라 지난 4월 11일 한국의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가 타당하다는 상소기구 판정이 공식화되고 분쟁 당사국에 대해서도 효력을 생기게 된다.

한국 정부는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조치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라는 특수한 상황에 근거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한국 측에 수산물 수입금지 철회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유럽연합(EU) 정상과 만나 WTO에 불만을 표했지만 이번 판정으로 현행 수입규제조치는 변함없이 유지된다.

그런데 1심에서 제기된 “후쿠시마 수산물에서 발견되는 방사성 물질인 세슘 수치가 낮다”는 일본의 주장은 사실일까?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일(UTC 미국시간 기준) 방사성 물질의 기체화 분산 모델
(출처 : 미국 해양대기청)

후쿠시마에서 태평양으로 방출된 세슘의 장기간 분산 시뮬레이션
(출처 : GEOMAR)

후쿠시마 제1원전 1, 2, 3호기에서 유출된 세슘이 15,000TBq로 여전히 높은 수치의 방사선이 나오고 있다.
하루에 방출되는 오염수는 최소 95톤, 최대 1,000톤에 이른다. 이처럼 오염수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제1원전 4호기가 폭발하고 나머지 원전에 무수한 균열이 생기면서 원자로로 지하수가 들어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핵연료 찌꺼기와 접촉하면서 방사성 물질이 스며들 수밖에 없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우나 제시된 자료처럼 원전에서 흘러나오는 방사성 물질은 빠르게 해수를 타고 바다 전체를 순환하게 된다. 지속적으로 오염수가 방류되고 있기 때문에 해양과 맞닿는 육지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오염수를 저장하는 방법부터 정화하는 작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원전 주변의 약 10,000  면적에 설치된 오염수 저장 탱크 하나당 1,000톤을 저장할 수 있다. 현재까지 100만 톤이 넘는 오염수를 보관하고 있는데 향후 4~5년 내로 탱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원자로 주변 땅 속을 동결하는 동토차수벽와 원자로 주변으로 들어오는 지하수를 미리 퍼 올리는 장치를 만들기도 했다. 원폭 직후 하루 400톤 정도 들어오는 지하수가 현재 절반가량 줄었지만 이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구조물 등에 남아있는 핵연료 찌꺼기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 또한 필요하기 때문에 오염수를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단절되지 못한 오염수는 수산물뿐만 아니라 다른 식품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현재 후쿠시마를 포함한 수입금지 지역에서 잡힌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 검출률은 다른 지역의 9배에 달한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공식 결과에 따르면, 일본 전국 수산물의 7%, 농산물의 18.1%, 야생육의 44.6% 등 모든 종류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

주요 품목에 해당하는 수산물의 경우, 갈색송어와 메기는 검사 대상 모두에서 세슘이 나왔다. 농산물 중에서는 뿌리죽순과 고비, 표고는 절반 넘게 세슘이 검출됐다.

한국과 일본은 kg당 100Bq을 세슘관리기준으로 잡고 있다. 품목별로는 두릅에서 기준치의 8배 가까운 kg당 780Bq가 발견됐다. 죽순, 고사리, 뿌리죽순, 두릅순, 산천어, 고비 등은 기준치를 넘겼다. 이밖에도 기준치에 근접한 품목도 많았다.

후쿠시마에서 나온 식품들에 일본 내에서도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지통신은 아베 총리가 지난 4월 16일 도쿄 도내 호텔에서 열린 주일 아랍 대사들과 간담회 인사말에서 “난 후쿠시마의 쌀을 매일 먹고 물도 마시고 자민당 총재 3선을 달성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WTO 무역분쟁에 대한 결과를 의식하고 일본산 수입 식품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누리꾼들은 해당 기사를 돌려보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17일 자민당 수산외교합동회의에서는 "외교 패배이며 정부 책임이 무겁다"는 질책이 쏟아졌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하지만 상소심은 WTO 분쟁 해결 절차의 최종 단계로 일본은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사진을 클릭하여 지도를 확인하세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019년 5월 27일까지 전 세계 54개국이 일본산 수입식품에 대한 수입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가별 세슘관리기준에 따라 수입규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24개국이다. 그 중 하나는 유럽연합(EU)으로 28개국이 속해 있다.

세슘 검사증명서를 요구하는 동시에 특정 지역에서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총 7개국이다. 중국은 쌀을 제외한 후쿠시마 주변 10개 현에 대한 모든 식품과 사료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대만은 후쿠시마 5개 현에 대한 모든 식품을 수입금지하고, 후쿠시마 등 5개 현의 과일, 채소류, 유제품 등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후쿠시마를 포함한 6개 현 모든 식품을 수입금지하고, 6개 현 이외는 수산품과 수산가공품의 수입금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후쿠시마 수산물 등의 품목을 규제하고 있다.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높은 세슘관리기준에 속하는 동시에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기타 핵종에 대한 검사증명서를 추가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이러한 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것이라고 해석이 가능하다.


최종 판정결과가 일본에게 유리하게 나왔다면 다른 나라와 규제 철폐를 위한 협상을 가속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한일 WTO 무역분쟁에서의 승소와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이 자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방사능에 노출된 일본산 식품 대한 수입규제를 두고 있다. 이는 결코 한국 정부만이 특별한 조치를 취해온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Newsful 김도연 기자

자료출처


수입대상 후쿠시마 수산물 이미지 - AFP
WTO 일본산 수입식품 분쟁 상소 판정결과 및 정부입장 관계부 보도자료  - 한국 산업통상자원부(2019)
Fukushima Radioactive Aerosol Dispersion Model - Science On a Sphere®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Model simulations on the long-term dispersal of 137Cs released into the Pacific Ocean off Fukushima - GEOMAR
일본 전국 농축수산식품 방사성물질 검사 결과 - 일본 후생노동성(2018)

일본산 농수축산물 방사능오염 실태 분석 보고서 -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환경운동연합(2019)
Status of Countries and Regions Introduced Import Restrictions onJapanese Foods after the Nuclear Accident - 일본 농림수산성(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