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의 이상과 현실

기사입력 2018.10.30.


이 글은 청년창업에 대해 다루는 스토리텔링 기사입니다.
여기서 ‘청년’은 대학생을 포함한 2030세대로 한정합니다.

과장 말고, 사장하자!

위의 인용구는 2018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의 슬로건입니다.

아, 이렇게 달콤한 말이 또 있을까?

중간 관리자의 위치인 과장에서 벗어나서 폼 나게 사장이라니.


심지어 대학생은 프랜차이즈와 가맹할 때 각종 지원을 받아서 성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사장님이 될 수 있다고.

삼성전자 후원 ‘2014 C-Lab 벤처창업 공모전’ 홍보물

1. 그래서 창업이 뭐야?

5분 동안 인터넷을 검색하니 18개의 창업 관련 단체와 기관에서 운영하는 362개의 홈페이지를 찾을 수 있었다. 
4대 시중은행과 중소기업은행, 그리고 대기업의 지원을 빼고도 이 정도의 규모라니. 친구들이 다들 창업, 창업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나도 창업을 하기만 하면 이들이 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만 같았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된 학교였다. 나는 당연히 창업지원단에 가면 내 사업 아이템이 선정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지원금으로 방을 몇 개를 얻어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숙박업을 한다는 완벽한 계획이었는데, 창업지원단 매니저에게 돌아온 답변은 이 말뿐이었다.


“안 됩니다.”

창업에 대해 궁금해진 나는 다른 사례는 없는지 찾아보다가 나와 반대의 상황인 대학생을 발견했다.

제가 다니는 학교(상명대)는
창업선도대학이 아니어서
학교에선 동아리 지원밖에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은행을 찾아갔는데,

당장 수익성이 보이지 않아서
창업 지원 저금리 대출을 해줄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상명대 휴먼지능정보공학과 재학생인 이 씨는 기술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꿈꿨다. 하지만 당장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고, 상용화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이유로 세 곳의 은행과 창업진흥원으로부터 지원을 거절당했다.

대한민국에서 창업이라는 단어는 기관, 부처마다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통계청과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옆의 의미와 같이 창업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정책들에서는 창업을 벤처사업으로 그 범위를 제한해 놓았다.

즉, 정부와 기관들은 그저 창업이라는 정책을 펼치는데 집중한 나머지 창업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거나 내용을 통합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청년들에게 창업을 장려하기 이전에
창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가이드라인부터 잡아야 한다.

2. 창업을 장려하는 이유

대한민국에서 청년창업을 육성하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바로 양질의 벤처기업을 키워, 이들로부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현재의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기업 진흥공단의 A 씨는 청년창업을 진흥하는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을 했다.


“창업했을 때 40대, 50대의 직장 경험을 통해 충분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20대, 30대의 사회 초년생보다 잘 살아남아서 정착할 확률이 더 큰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보통 1인이나 소수의 인력만으로 사업을 꾸려나가시고 가족이나 직원들의 생계라는 부담감에 굉장히 방어적인 사업 형태를 보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사업을 하는 데에는 더 유리한 것이 사실이나 이로 인해서 오는 고용 창출은 아주 작습니다.”


벤처기업은 단어 뜻에서부터 나와 있듯이 높은 위험이 존재하는 모험적인 사업이다. 그럼에도 한번 성공하면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2030 연령대의 기업가들이 창업한 벤처기업으로 1990년대 NC소프트, 2000년대 초반 다음과 네이버, 2000년대 중반 카카오(대표 김범수의 첫 창업은 한게임), 2010년대에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등이 있다.

실제로 중기청(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은 5년 생존율이 53%로 일반 창업기업 30%보다 23%나 높다. 2014 창업 사업화 지원 유망창업기업 6258개의 이력 및 성과 분석에 따르면, 이들이 지난 5년간 창출한 일자리는 연평균 8,697개로 평균 고용 증가율은 8%에 달했다. 이는 중소기업(0.8%)의 10배, 대기업(2.3%)의 3.5배로 일자리 창출력이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성공한 벤처기업은
시장에 혁신을 가져오며 수많은 고용을 창출하기 때문에
정부는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3. 청년창업 실패 사례

“창업 왜 하냐는 소리를 되게 많이 들었어요.”



앞서 보았듯이 성공한 창업은 국내에서 걸출한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이 있듯 성공이 있으면 실패도 있다. 이재원 씨(단국대 전자전기공학부4)는 대학교 1학년 때 소프트웨어학과였던 친구의 제안으로 창업을 하게 됐다. 마침 학교에서는 IT·CT 융합과 창업 인재교육이 뜨고 있었다.

“새내기 때 알게 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애가 저한테 처음으로 창업에 대해 알려줬어요. 당시 저는 그 분야에 대해 하나도 몰랐거든요. 학교에서 창업 동아리를 만들면 자금과 공간을 지원해 줬는데, 앱을 만들기 위해 저희는 애들 열댓 명을 더 모아서 개발하고, 디자인하고, 경영 방식도 구상했어요.”


재원 씨는 게임 앱을 제작했다. “게임인데, (다른 게임과 비교해) 조금 독특해요. 이 핸드폰 속에 센서가 엄청 많은데, 우리가 사용하는 건 겨우 네 가지밖에 안 돼요. 실제로는 스무 가지나 구현할 수 있는데 말이죠. 센서 중에 근접센서라는 게 있는데, 사람과 핸드폰의 거리를 측정하고 감지할 수 있는 그 센서와 CT, 즉 콘텐츠를 합치는 거예요. 사람이 다가가는 걸 어떻게 하면 센서에 인식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죠. 어릴 때 해봤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그렇게 재원 씨가 친구들과 만든 앱은 경기도도지사상 외에도 여러 대회에서 수상하며 그 경쟁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창업을 위해 받은 지원금만으로는 정품 앱 개발 프로그램을 구매할 수 없었다. 그래도 재원 씨는 이때의 경험을 좋게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기술구현은 완벽했지만, 실현방법이 부족했던 거죠.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경험을 해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공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웃음), 지금 보니까 창업에 관한 지원정책은 많아졌어요. 실제로 효용 있는 정책은 많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웠어요. 그래도 저희는 빚 없이 창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죠.”

4. 부진한 정책 홍보

재원 씨가 창업했던 2013년은 막 창업에 대한 정부 지원들이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창업교육, 시설 공간 지원사업, 멘토링, 컨설팅, 사업화 지원, R&D 지원 등 정부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창업 기간이 7년 미만인 6,000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된 2015 창업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는 이유로 ‘창업 지원 사업 시행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가 응답자의 51.7%로 1위를 차지했다.


‘자체해결 가능하므로 활용 필요성이 없어서’(32.8%), ‘선정 평가 요건이 까다로워 통과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서’(10.6%), ‘신용등급 제한 등 기본자격 요건이 까다로워서’(10.5%) 등이 뒤따랐다. 2위를 제외하고는 창업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2018년 6월 7일부터 17일까지 취업포털 사람인과 머니투데이가 20~30대 회원 75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창업 지원 정책에 대해 알고 있는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3.7%만 ‘자세히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설문조사 결과(8.9%)보다 낮아진 수치다. 반면 창업 지원 정책을 ‘전혀 모른다’라는 답변은 55.1%, ‘알고 있지만, 자세히 모른다’라는 응답도 41.2%에 달했다. 정부의 정책을 잘 모르는 비율을 모두 합치면 96.3%인 것이다.

창업진흥원 기획조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업화 지원사업 모집 시 항상 5:1 이상의 경쟁률이
나오기 때문에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홍보 부족의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창업 생각이 없는 사람들도
창업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기업의 입사경쟁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이나 대외활동도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이 나오는데
5:1이라는 수치에 만족하는 건 너무 안일한 생각이 아닐까.

5. 미래

사업에 실패하면 많은 사람이 빚에 의한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에 부딪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원 씨는 창업에 실패했는데도 불구하고 빚이 없다고 한다. 대학생이 아닌 일반인들도 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서 창업한다면, 실제로 지는 경제적 부담은 크지 않다.

창업에 대한 시스템이 꽤 잘 갖춰졌지만 창업에 대한 정의가 상이하고 홍보가 부족하다 보니 사람들의 인식도 저조할 수 밖에 없다. 보통 사람들은 아이디어, 기술, 디자인으로 도전하는 벤처기업이 아닌 프랜차이즈, 요식업, 숙박업 등 개업을 하는 모든 행위를 창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일부 정부 부처와 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선에서 진행되는 지원사업과 전혀 일맥상통하지 않는다.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책은 그저 여러 분산된 기관들에 의해 병렬적으로 나열될 뿐 누구 하나 통합해서 설명해 주지 않는다. "정부 지원사업은 눈먼 돈이라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2012년에 개업 7년 미만의 2030 기업은 265,836개에서 2015년 326,272개로 늘었다. 그런데 지원사업 참여한 경험은 '요청하였으나 탈락하여 지원받지 못함'이 4.9%, '신청한 적이 없음'이 81.4%를 차지했다.


2015 창업기업 실태 조사에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는 이유로 '창업 지원 사업 시행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가 1위를 차지한 것과 같다. 이는 정부의 미흡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부족한 홍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청년들에게 창업에 관해 부추기듯이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다음과 같은 부분들을 선행해야 한다.

첫 째


‘창업’에 대한 정의와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둘 째


현행 중인 정부 지원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셋 째


분산된 관련 기관들을 획일화할 수 있는 종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앞서야 정부에서 의도하는 양질의 청년 창업가들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도연, 김태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