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4.28.
10년 후 세계 인구의 절반이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될 것
ECONOMIST
프리랜서로 살아간다는 것
2027년 무렵에는 프리랜서가 미국 근로자의 절반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프리랜서는 현재 미국 산업 환경 곳곳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사회 전반의 생산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프리랜서 인구가 1,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내 프리랜서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프리랜서코리아에 따르면 넓은 범위에서 2016년 말 기준 약 12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원래 프리랜서는 중세 서양의 용병단에서 유래했습니다. 당시 힘이 막강한 봉건 영주일수록 더 많은 병력으로 세력을 과시했는데. 창을 들고 진격해 적진의 핵심을 타격하던 창병은 가장 중요한 전투 인력이었습니다. 영주 한 명에 종속되지 않고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곳으로 자유롭게 옮겨 다녔기 때문에 창병을 뜻하는 단어 앞에 프리(free)가 붙은 것입니다. 프리랜서는 한 마디로 가장 용맹하고 싸움도 잘해서 어디서나 대접받는 능력자인 셈입니다.
현재에 이르러 프리랜서란 특수한 재능이나 전문 기술로 일정한 집단이나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채 자유계약으로 일하고 대가를 받는 사람을 뜻합니다. 기업들의 아웃소싱 이용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재택근무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프리랜서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프리랜서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프리랜서들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리랜서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에서 '프리랜서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실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세 분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위 프리랜서들은 공통적으로 진입 초기 일감을 구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계약 시 법률적으로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히 없었고, 갑작스러운 업무지시와 빈번한 수정요청으로 번거로움 내지는 긴박함을 느꼈습니다.
자유로운 업무 진행과 일한 만큼의 보수를 받기 때문에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만 제도적 차원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합니다. 과연 이들만 그런 것일까요?
우리가 몰랐던 프리랜서
서울시는 지난해 4월 프리랜서들의 대한 정책의 필요성을 느끼고 서울시 거주 프리랜서들의 실태 조사를 추진했습니다. 일정한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거나 상대적으로 고소득을 얻을 수 있어서 프리랜서가 된 이들도 있지만 학업 등 개인적인 사정, 출산·육아 등 가사부담, 구직 과정 중·직장 취업 전 임시의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일하는 분야의 특성상 현재 형태의 일자리가 대부분이거나 일정한 직장에 소속되어 일하길 원했으나 일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프리랜서가 된 이유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직업 활동에 상대적으로 제약이 있거나 젊은 사람들이 프리랜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은 일감을 구할 때부터 어려움에 부딪힙니다. 각종 사이트를 통해 일감을 입수하기도 하지만 친구, 선후배, 부모, 친척 등을 통해서 일감을 구하는 경우가 과반수였습니다. 또한, 프리랜서 절반 이상이 지속적인 일감이 없었으며 경력이 높을수록 일감 수가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일감을 구한 프리랜서는 한 달 평균 17.5일을 일하고, 하루 평균 393.5분을 업무에 할애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평균 휴게 시간은 평균 78.7분이며, 10명 중 2명은 쉬지 않고 일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상당수가 일반 직장인과 비슷한 업무 시간을 보내는 것에 비해서 휴게 시간은 매우 부족했습니다.
한편, 업무 장소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고 경력이 많을수록 독립된 공간에서 작업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프리랜서가 체감하는 업무 강도는 보통 이상이었습니다. 계약 단가가 낮아서 일을 많이 하게 되고, 계약 업체나 클라이언트가 작업자에게 업무 책임을 과도하게 전가하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촉박한 일정과 업계의 관행으로 인해 높은 업무 강도를 체감합니다.
10명 중 4명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업무를 체결했습니다. 별 문제가 없거나 일이 간단하거나 기간이 짧아서 계약서를 생략하기도 하지만, 업계의 관행이나 계약서 내용, 형식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교부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계약 후에도 프리랜서는 업무, 보수 등과 관련해 다양한 내용의 불공정한 계약을 경험했습니다. 업무 관련성을 떠난 지시 및 간섭을 받았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불리한 보수지급 방식이나 지급일, 터무니없는 보수(단가) 제시 및 적용 문제도 겪었습니다. 게다가 상대방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나 역할을 전가하거나 출퇴근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보수 지급 시기는 업체별로 제각각이며 금액은 업계의 관행으로 책정됩니다. 보수책정 기준과 보수 지급 시점과 관련된 기준이 따로 정해진 바가 없어서입니다. 보수 지급 지연 및 체불 관련 경험이 있는 프리랜서 상당수가 어쩔 수 없이 참고 넘어갔습니다. 문제 삼는 과정에서 업체에 불편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면 다음 일감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정해진 프리랜서의 한 달 평균 수입은 152.9만원으로 2018년 최저임금(157만 3천원)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고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작업 분야가 과거보다 대폭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프리랜서 중 고소득자는 많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것은?
(통계출처=서울시 프리랜서 실태조사 결과)
프리랜서로 잘 살아가기
국내 프리랜서 시장이 진화하면서 사회·경제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모호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각종 불공정 거래에 대한 보호가 취약하고 사회안전망이 미흡합니다. 프리랜서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건 법적으로 규정되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당한 일에 대해 공정거래법이나 예술인복지법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근로기준법은 적용되지 않아 근로자로서의 권리는 보장받기 힘듭니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경험한 프리랜서 10명 중 6명이 해지 시 사전에 통보를 받지 못했고, 대부분의 경우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업물에 대한 저작권 또한 보장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프리랜서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이나 제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프리랜서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을 통한 제도개선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리랜서들은 법률이나 세무 관련 상담 및 피해 구제 지원, 부당 대우 및 각종 인권침해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불공정계약 예방을 위한 표준 계약서 사용 의무화,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등 4대 보험 적용 및 보험료 지원 등을 정책 마련이 시급한 분야로 꼽고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 산업이 발전하면서 필요에 따라 인력을 공유하거나 해산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IMY, 기업이 업무에 따라 짧은 시간 & 근로자를 활용하는 노동, 산업 형태) 구조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예술이나 문화 사업 관련 프리랜서가 많은 미국 뉴욕에서는 이미 서면 계약, 임금 적시 등을 보장한 프리랜서 보호법을 제정했습니다.
제정된 법에 따르면, 120일 동안 800달러(90만원 안팎) 이상 계약은 문서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작업 내용, 급여, 지불 일자를 명시합니다. 그리고 고용주의 보복 행위 금지 및 고용주 상대 소송 제기 권리를 지켜주는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이는 급증하고 프리랜서 노동 인구에 대한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것을 의미합니다.
프리랜서 권익보호 및 지원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
(내용출처=서울시 프리랜서 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1인 창업자 프리랜서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프리랜서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없을까요?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노동권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프리랜서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이는 각종 불공정 거래에 대한 보호가 취약하고 사회안전망이 미흡한 프리랜서를 위한 첫 정책입니다.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모호한 지위를 가진 프리랜서에 대해 명확한 법적 정의를 부여해 지자체 차원의 보호 장치 마련의 시작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조례에는 프리랜서를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에 적용 받지 않고 계약의 형식과 무관하게 일정한 기업이나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채 자유계약에 의해 일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했고, 적용대상을 서울시 거주 또는 서울시 내의 용역사업을 수행하는 프리랜서로 명확히 했습니다.
또, 프리랜서 공정거래 지침을 마련 및 불공정거래 피해구제 지원, 권익 보호, 지위 향상 등을 지원하는 포괄적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조례를 위반한 고용주에 대한 고발 절차와 행정적 제재 수단이 없어 프리랜서 보호에 한계를 드러냅니다.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올해에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개념 정립, 법적 보호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실태 조사에 착수했고, 오는 4월 말에 조사가 끝난다고 합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야 정부 차원의 프리랜서 실태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앞서 서울시의회에서 프리랜서를 위한 조례가 나오기도 했지만 제도화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프리랜서 권익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공정거래를 실천하는 시민의식도 필요할 것입니다. ‘법적 노동자’로 규정되지 못하는 프리랜서들은 삶의 현장에서 여전히 소외받고 있습니다.
Newsful 김도연 기자